본문 바로가기
공공정보

2026 연등회 감상 포인트(연등행렬, 무형문화유산, 종로축제)

by whitelog 2026. 5. 16.

5월 밤, 종로를 걷다가 문득 저 멀리서 번져오는 빛의 물결을 마주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처음 연등행렬을 가까이서 본 날, 그냥 예쁜 등 구경이겠거니 했다가 흥인지문 앞에 섰을 때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026 연등회는 5월 16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흥인지문을 출발해 종로를 지나 조계사까지 이어지는 연등행렬을 중심으로, 이튿날 17일 일요일 전통문화마당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됩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연등회 연등행렬 이미지

천 년을 버텨온 빛, 연등회의 역사적 뿌리

연등회를 단순한 불교 행사로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각이 조금 아쉽습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신라 경문왕 6년인 866년, 왕이 황룡사로 행차해 연등을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삼국사기란 고려 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역사서로, 신라·고구려·백제 삼국의 역사를 기록한 현존 최고의 사서입니다. 이 기록이 의미하는 건 단순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160년 전에 이미 이 땅에서 등불을 밝히는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고려 시대로 오면 규모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태조가 남긴 훈요십조(訓要十條)에는 연등회를 국가 행사로 반드시 이어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훈요십조란 고려 태조 왕건이 후대 왕들에게 남긴 10가지 정치적 유훈으로, 사실상 국정 운영의 기본 원칙을 담은 문서입니다. 왕의 행차 길 양쪽에 사흘 밤 동안 3만 개의 등불을 밝혀 대낮처럼 환하게 했다는 기록을 읽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만 개라는 숫자가 주는 감각적 무게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조선 시대에 국가 주관 행사는 중단됩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 시기가 더 인상 깊었습니다. 위에서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등대를 세우고, 아이들이 직접 등을 만들어 장안을 돌아다니는 호기(呼旗)놀이를 이어갔습니다. 호기놀이란 아이들이 종이를 잘라 깃발처럼 만든 등을 들고 마을을 돌며 등 제작 비용을 모으던 민간 풍속입니다. 권력이 아닌 사람들 스스로가 문화를 살아있게 유지했다는 점, 그것이 연등회가 진정한 민중의 유산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1955년 조계사 인근에서 제등행렬(提燈行列)이 재개되며 오늘날의 연등행렬로 이어졌습니다. 제등행렬이란 등을 들고 무리 지어 행진하는 의식으로, 불교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핵심 행사입니다. 2012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0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란 특정 공동체가 세대를 이어 전승하며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유네스코가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전통이 아니라, 참여·배려·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이 등재 이유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만의 자랑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2026 연등회, 실제로 어떻게 즐겨야 하는가

행사 당일 종로 일원은 교통이 전면 통제되어 버스 접근 자체가 불가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2026년 연등행렬 접근 시 주요 지하철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행렬 시작점: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9번, 10번 출구 앞 (흥인지문)
  • 종로 5가: 1호선 종로 5가역 1·4·5·8번 출구
  • 종로 3가: 1·3·5호선 종로 3가역 1·2·10·11·12·13·14·15번 출구
  • 종각(행렬 종착 방향): 1호선 종각역 2·3·3-1번 출구

행렬은 오후 7시에 시작해 9시 30분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동대문역에서 시작해 종로3가 쪽에서 행렬을 바라보는 위치를 선호합니다. 행렬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구간이라 등의 밀도가 높고, 관람 공간도 비교적 여유롭기 때문입니다.

연등회의 핵심은 관람만이 아닙니다. 행사 이튿날인 5월 17일 일요일에는 전통문화마당이 조계사, 봉은사, 청계천, 광화문광장, 인사동 등 서울 곳곳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됩니다. 제 경험상 이 날은 연등행렬보다 오히려 더 가까이서 축제를 체감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연등 만들기 체험, 전통 공연, 음식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적합합니다. 남녀노소는 물론 국적도 가리지 않는 행사라는 점에서, 외국인 지인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이만한 행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청은 연등회를 포함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 지원 사업을 통해 전통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재청).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기지 않고 이어져 온 이유가 단지 제도적 보호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모이는 축제라는 점이, 연등회를 다른 행사들과 다르게 만드는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 16일 저녁, 흥인지문 앞에 서 보시길 권합니다. 수천 개의 등불이 종로를 따라 흘러가는 장면은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 빛의 물결 앞에 서면, 바쁜 일상이 잠시 멈추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라 866년부터 이어져 온 그 빛이 2026년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타오릅니다. 입장료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행사라 더 매력적입니다.

 

참고: http://www.llf.or.kr/info/festival.php?wr_id=7